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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로그

많은 일이 있었던 나의 2018년을 돌아보며

by 서기애 2018. 12. 31.

2018년의 마지막 날이다. 사실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낸 적은 없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간 적이 한 번도 없고, TV로조차 종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 TV를 보지 않으니 연말에 하는 많은 시상식 프로도 보지 않는다. 게다가 집순이에 가까운 성격이라 모임도 잘 없다. 이러니 마지막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일도, 특별한 기분도 든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2018년은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해가 될 것 같다. 강렬했고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였기 때문에. 한 해를 쭉 돌아보며 어떤 일이 있었는 지 한 번 되새겨보고자 글을 쓴다.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 1월 2일

2018년이 시작하자마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첫 독립이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일이었다. 다니고 있던 회사가 예정대로 2018년 1월 2일부로 이전을 했고, 나는 집에서 좀 더 멀어졌을 뿐이라 생각했다. 이미 이전하기 전에도 한시간 십분은 걸렸던 출근길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강남 방향 2호선은 생각보다 더 끔찍했다. 나는 신도림역에서 환승하며 출퇴근한 적이 있어 2호선에 익숙하다 생각했다. 얕봤다. 사당 쪽은 진정한 헬이었다. 낑겨 가는 건 둘째치고, 제 시간에 출근을 못하니 그게 문제였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된 독립. 결심부터 이사날까지 단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친 속도의 의사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의 독립 생활은 행복했다. 걸어서 회사까지 15분! 8시에 일어나도 돼! 퇴근해서 집에 오니 6시 30분! 가까운 역이 걸어서 5분! 이미 여기서 아낀 시간들만 모아도 독립비용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가족이 많았던 나. 본가에서 남동생이 군대를 가고나서야 개인 방이 생겼었다. 시끌시끌한 성향의 가족들이 아니었지만 부대끼고 살다보니 늘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었다. 이렇게 고요하다니! 너무 좋아 짜릿해! 그리고 집 꾸미기. 본가에서 개인 방이 생겼었지만, 공용공간까지는 내가 어떻게 손댈 순 없었다. 부모님 집이니까. 네이버 쇼핑에서 찜만 수두룩하게 해두었던 각종 생활용품들. 규조토 욕실매트, 어두운 컬러의 타월, 액자테이블, 에어프라이어, 아이깨끗해 등등 모두 구매해 나만의 공간을 채워갔다. 행복한 독립 생활은 6월 말로 끝이 나게 됐다.

느린마을막걸리와 김치전자취방에서 홀로 즐긴 시간


2018년 6월 29일

다니던 회사를 6월 말 퇴사했다. 2년을 채우고 그만두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다녔다. 그만 둘 즈음 같은 부서의 ★대리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대리님(나), 저 솔직히 대리님이 한달도 못 계실 줄 알았어요." ★대리님 말대로 나도 놀랍다. 나도 들어오자마자 퇴사하고 싶어했거든. 팀 내 분위기도 나빴고, 팀원도 별로였다. 어쨌든 종합적으로 좋지 않았다. 2018년 초부터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스위치 ON을 누르는 것만 남았었다. 6월달에 스위치를 다시 한 번 제대로 눌렀고 그 길로 빠른 퇴사를 했다. 지금 생각 해봐도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하고 몇 주간은 자취방에서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2018년은 날 쉬게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집을 내놓으면 언제 빠질 지 알 수 없으니 미리 내놓자 한 게 7월 2일로 집이 빠져 3일만에 본가로 돌아오게 된 거다. (이 때 새로운 세입자 놈은 참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작자다. 3일만에 짐을 빼는 건 솔직히 말도 안된다.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으니 가능했던 일이지, 그 작자가 본인만의 사정을 앞세워 이기적으로 굴었지만 그래 집이 빠질 때 나가자 싶어 꾹 참고 했는데, 그 놈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짐을 빼달라고 해서 그렇게 맞춰주고 시간 맞춰 부동산에 갔더니 안 왔다. 기다리다 부동산 중개인이 전화를 하니, 회사에서 근무 중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긴 지금 못간단다. 뭐 이런 XX가 다있지. 잔금도 주지 않아서 결국 부동산 중개인이 우선 자기 돈으로 줬었다. 후. )

강아지자취방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을 더 즐겁게 해준 동물병원 강아지

2018년 7월

사실 2018년 8월에 결혼 예정이었던지라 올 초부터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이것만으로 정신 없는데!) 그렇게 7월은 휴식해야지라는 건 공중분해되고 결혼준비에 있어 엄마와 트러블을 겪으며 (이래서 자취방에서 혼자 준비하려던 거였는데!) 정신 없는 한 달을 보내고 말았다.


2018년 8월 18일

결혼했다. 결혼하면 정신이 없다더니 진짜였다. 즐거웠던 신혼여행이 끝나고 가족 행사가 줄줄이 사탕마냥 따라왔다. 아빠 생신, 추석, 큰언니 출산, 어머님 생신, 아버님 생신 후루룩. 그 사이의 집들이들. 많았던 행사들이 끝나니 2018년이 잘있어 난 갈게 했다. 롸?

2018년 9월 8일

뭉치가 우리집으로 온 날. 뭉치의 이사 적응일지 시리즈 포스팅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굳이 쓰진 않을랜다. 뭉치가 우리집에 적응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할부지 개가 고생이 많았다! 우리집에서 내년에도 행복하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쭉 글로 써보니 강렬하긴 강렬한 2018년이었나보다. 모든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니. 즐거운 일도 속상한 일도 다양한 한 해였다. 내년에는 한 해를 조금 수월하게 보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바라면서 2018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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